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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일상

보육교사, 슬기롭게 중도 퇴사하기(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by 푸른새벽105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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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첫 0세 담임을 맡게 되었다.
새학기 시작 전에 서울 국공립 인력풀도 합격해서 기분좋게 학기 시작..

학기가 시작되고 우리반 3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여아 2명, 남아 1명
여아 2명은 기질이 순해서 비교적 잘 적응했지만
남아는 10개월이고, 엄마와 떨어지기 힘들어해서
거의 두달을 넘게 울다가 하원했다.
게다가 면역력이 약한 0세다 보니
감기, 장염, 수족구까지 번갈아가면서 돌기 시작해서
적응할만 하면 아파서 보채고...

첫 담임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긴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참 예뻤다.
대차게 울다가도 안아주면 내 품에서 울음을 그치고,
나를 보며 방긋 웃고, 까르르 웃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학부모님 모두 어린이집 일에 잘 이해하고 협조해주셨다.

1학기 마무리 즈음에는 아이들도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선생님들과도 친해져서 별 불만없지 잘 적응하고 있었는데...

지인에게 전에 일했던 사무직종 이직 제안이 들어왔다...
급여를 떠나서 보육교사가 제일 힘든건 역시 몸이 힘들다는게 아닐까..
좌식생활에 아이를 안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 하다보니
골반, 무릎, 허리, 목, 관절까지 한해 두해 지나면 괜찮을지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아무튼 많은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보육교사가 학기중에 중도퇴사를 한다는건
개인적으로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만 보며 방긋 웃고 있는 아이들 볼때마다 마음이 흔들렸고,
부모님께도, 원장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나의 미래를 위해...
1학기가 끝나는 시점이라 오히려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다.
휴가철과 겹치면서 원에 퇴사여부를 늦게 알리는 바람에
원장님께서 난감하시고 서움함을 토로하셨지만
바로 후임을 구하고, 평소에 서류 준비를 잘 해놓았기때문에 
인수인계하는데 하루 이틀이면 충분했다. 
 


원장님께서 학부모님께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였고, 
나 또한 부모님들이 너무 걱정하시지 않도록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런데 전화와 편지로 소식을 전해 들으신 학부모님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선물과 함께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시고, 
키즈노트를 통해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해주셔서 
죄송한 마음과 더불어 보육교사로서의 뿌듯함까지 느낄수 있었다. 
 
원이나 학부모님께 무책임한 교사라고 욕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동안 성실하게 근무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분들을 뒤로 하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과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날은 아이들에게 책한권과 메세지를 써서 가방에 쏙 넣어주었고, 
동교 교사들께 한분한분 찾아가 작은 선물과 함께 작별 인사를 했다. 
 
되도록 1년을 잘 채우고 퇴직을 하면 좋지만
중도 퇴사를 고민하는 거라면
학부모님이나 원장님, 동교교사께 진심을 다해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잘 마무리하고 나오면 될 것같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안좋은 소릴 듣는 건 감수해야 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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